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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후기 ] 회사에서 처음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다.

재택근무 1일차가 끝이 났다.

  내가 소속된 회사는 직원수가 30명에 조금 못 미치는 규모의 IT 회사이다. 그리고 나는 SW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SW 개발을 엄청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그러하다. 우리 회사는 여태껏 재택근무를 실시한 적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주에 갑자기 결정되었는데, 그만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심각성을 반증하는 것 같다. 직원 중에 한명이라도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무실을 당분간 폐쇄한다던가 혹은 긴급하게 방역을 실시해야 하는 등 경제적인 피해가 막심할 수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게 아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것의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전자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재택근무 실시 기간은 잠정적으로 일주일 동안만이다.

  언제인가부터 나는 이런 꿈을 꿔오고 있다. 바로 디지털 유목민 혹은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는 꿈 말이다. 이제껏 막연하게 꿈꿔왔다. 멋지지 않은가? 노트북과 인터넷만 있다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을 한다거나 아니면 근처의 카페에서 일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조금 더 근사하게는 숲 속의 멋진 카페라던가 혹은 강원도에서 푸른 동해 바다를 바라보면서 코딩 혹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가급적 일이라는 것은 적게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이 더 좋겠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재산이 차고 넘치지 않는 이상에야 밥 먹고 살려면 해야 한다. 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가 아니지 않은가.

  디지털 노마드로 도달하기 위한 첫 발걸음은 재택근무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회사의 사장 혹은 대표가 직원들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한다면 선뜻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회사의 주인이라면, 고용한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하는지 안하는지 조금은 의심될 것도 같다. 비록 사무실에 앉아는 있더라도 영혼 없이 앉아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재택근무를 실시한다면 더더욱 농땡이를 친다거나 혹은 게으르게 일을 하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사측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세상에는 착하고 좋은 사람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분명히 악용하는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일단 재택근무에 가장 적합한 업종은 IT 회사가 아닌가 싶다. 어찌 되었건 간에 원격지에서 소스 코드(Source Code)를 수정하여 적재적소에 반영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혹은 소스코드가 아니더라도 적절하게 산출물이나 아웃풋만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생각을 확장해보면 영상이나 혹은 텍스트 기반의 컨텐츠를 생산하는 회사도 얼마든지 재택근무가 가능할 것 같다. 재택근무가 적합한 다른 업종은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재택근무가 처음으로 시행되었기에 필자는 지난주 금요일에 재택근무를 위한 원격 데스크톱 환경을 셋업해 놓고 퇴근을 하였다. 원격 작업을 위한 툴(Tool)은 구글의 크롬 원격 데스크톱(Crome Remote Desktop)을 이용했다. 팀뷰어(TeamViewer)는 알고 있었지만 크롬에서도 원격 데스크톱 어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크롬 원격 데스크톱은 처음 써보았는데 반응이 조금 느린감이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화질도 조금은 떨어지는 것 같았다. 웹 브라우저 기반이라서 그런가? 그래도 어쩔 수는 없다. 이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인 것 같다. 팀뷰어는 일정 규모 이상이면 유료로 알고 있다. 크롬 원격 데스크톱도 시간이 지나면 더욱 매끄럽고 반응이 빨라지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소감

  사실 재택근무가 처음이라 그런지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할 수 있기에 마음이 편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불편했다. 재택근무이다 보니 주간단위 업무계획 및 일일 업무계획 그리고 일일 업무 실적 등을 매일 작성해야 한다. 평소처럼 사무실에 출근을 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조금 더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그날의 결과물이 신통치 않으면 괜히 마음이 찔리고 눈치가 보이는 것도 있다. 이점은 피할 수 없다.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밖에는 없다.

  재택근무 기간이 연장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기다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연장이 되지 않고 1회성으로 끝이 나더라도 아쉬움은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와는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던 재택근무를 실제로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나는 이제 첫발을 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금씩 자기 계발을 하며 나의 실력을 높여가다 보면 재택근무가 잘 정착된 좋은 분위기의 회사로 이직을 한다거나 혹은 그렇지는 않더라도 나중에 프리랜서 SW 개발자이자 디지털 노마드로 삶을 꾸려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분들 중에서 재택근무를 경험해본 분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 본인들의 경험이나 소감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이에 더해서 필자처럼 디지털 노마드의 꿈을 꾸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