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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후기 ] 내게 남은 마지막 사랑니를 발치했다.

  오늘은 내게 남은 마지막 사랑니 1개를 발치했다. 좌측 윗니이다 보니 정말 간단하고 쉽게 발치를 했다. 나름 사랑니 3개를 뽑아본 경험이 있어서 엄청 두렵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치과에 가서 마취를 하고 발치를 하려니 약간의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런데 필자가 방문한 치과는 환자에 대한 배려가 좋았던 게 마취약을 잇몸에 주사하기 전에, 바르는 마취약으로 잇몸에 미리 마취하였다. 그다음에 마취약을 잇몸에 주사하였다. 그래서 통증이나 찌르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눈을 가리면 언제 마취주사가 내 잇몸을 찌를지 몰라서 약간 더 두려워서 미리 이야기를 해둔 게 있었다. "마취 주사 맞을 때 혹시 눈을 가리지 않아도 될까요?"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네. 가능합니다."라고 답변을 하였다. 그래서 눈을 가리지 않고서 마취를 하였다.

  마취를 하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난 후에 발치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위쪽에 난 사랑니라 그랬는지 치과의사가 발치를 할 때도 포를 안 씌워도 될 것 같다고 말해서 눈을 가리지 않은 채로 발치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서 갑갑하거나 답답하지 않은 느낌으로 편하게 발치를 했던 것 같다.

  발치하는데 걸린 시간은 거의 1분 ~ 2분 정도였던 것 같다. 물론, 마취하는데 걸린 시간을 제외하고 말이다. 예전에 매복으로 반쯤 누워서 자란 아래쪽 사랑니 2개에 비하면 아주 간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때는 발치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렸지만 잇몸을 많이 절개하여서 피도 많이 났던 것 같다. 그런데 위쪽은 잇몸 절개 없이 그냥 치과의사가 집게로 잡고 힘으로 뚝 하고 뽑아 버렸다.

  필자는 대학생 때 사랑니 3개를 발치하였는데, 나머지 1개는 당장 뽑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치과의사가 말해서 뽑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구강 건강검진을 받아봤더니 치과 의사가 사랑니 부분에 충치가 생긴 것 같다고 하면서 발치를 권장하기에 사랑니를 뽑게 되었다. 사실, 사랑니와 어금니 사이에 음식물이 특히나 많이 끼고는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이 부분에 음식물이 끼면 대체로 치실을 사용하지 않으면 잘 빠지지 않고는 했다.

  아 참. 그리고 발치를 하고 나서 나오려는데 발치 한 나의 사랑니가 가지런히 놓여있는 게 보였다. 문득 어디선가 보았던 것 같은데 발치한 사랑니를 집으로 가져왔다는 사례가 기억이 났다. 그래서 간호사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혹시 제가 발치한 사랑니 가져가도 될까요?"라고 했더니 "네. 가능합니다. 그 대신 동의서에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라고 하면서 태블릿 PC를 나에게 내밀었다. 서명을 하고 났더니 치아를 알코올 솜에 감싼 채로 투명한 비닐팩 같은 곳에 담아서 내게 건네주었다.

 

  참고로 사랑니를 가지고 온 특별한 목적은 없다. 그냥 한번 가지고 와보고 싶었을 뿐이다. 치아를 발치할 일도 흔치 않을 뿐 아니라 발치한 치아를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집으로 가져와 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가지고 오고 싶었다.

  그런데 내 신체의 일부에서 떨어져 나간 것을 손으로 만져보고 들여다보니 묘한 감정이 든다. 이 묘한 감정과 느낌은 무얼까?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머리카락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내게 다가오는 듯하다. 그러니 더더욱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고 싶어 진다.

"안녕. 내 마지막 사랑니여. 그동안 고마웠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