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

[ 개발자 ] [ SW ] 1년 6개월차 초급 개발자가 느끼는 감정과 소회

비전공자로서 6개월 과정의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받고, 소프트웨어 개발 직무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한지도 어느덧 1년 6개월이 되었다. 시간이라는 것이 참으로 빠르게 흐른다. 사실, 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였고 학과 커리큘럼에서 C언어와 비주얼 베이직 정도의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으나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로 소프트웨어는 쳐다보기도 싫었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너무 어려워만 보였고, 이해할 수 없는 분야로만 보였다. 그래서 전공자는 아니고, 비전공자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기는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물어보면 그냥 비전공자라고 소개하고는 한다.

입사한 지가 어느덧 1년 6개월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처음에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받을 때도 그랬고, 교육이 끝나고 어찌어찌하여 회사에 입사한 초기에도 나는 언제나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와 '내가 개발을 해낼 수 있을까?' 와 같은 불안한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비전공자라면 누구나 가질법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공자에게도 해당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다. 물론, 이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내가 평소에 근심과 걱정이 많은 타입이라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코딩 능력과 코드를 보고 이해하는 스킬이 쌓이고는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나름대로 노력했으니 지금의 수준에 도달했겠지.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입사 초기에 윈도우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업무가 나에게 던져졌다. 그런데 진척은 거의 안되고 답보 상태에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함수나 메서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아서 정말로 괴로웠다. 사실, 서비스 전체를 개발하는 것도 아니었고 메시지가 들어왔을 때 메시지 흐름을 처리하는 Message Parser 부분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쩔쩔매다가 완성은 못했고, 결국엔 사수가 다 해치우고 말았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내가 이러한 수준인데, 이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나. 내가 개발 업무에 맞는 사람인가. 내가 개발을 할 자질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질문이 계속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개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윈도우 서비스 프로그램 개선 작업을 사수(Team Leader)가 내게 조금씩 던져주고는 했는데. 그 작은 부분마저도 내 뜻대로 쉽게 되지는 않는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들었다. 이 정도는 거뜬히 해내야 할 것 같은데. 하,,, 내 인생.... ㅠㅠ. 난 왜 이리 바보 같은가.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사수와 함께 흡연장에 따라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사수가 내게 문득 물었다. "XX님은 지금 여기서 커리어가 쌓이고 있는 것 같아요?" 라고 질문을 했다. 이 질문을 한 의도는 이것인 것 같다. 파견 근무지에서 주로 개발 업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자사 솔루션을 운영하는 업무만 주를 이루고 있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즉, 코딩을 하지 않고 자사 솔루션 사용 및 고객 응대 등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말이다. 나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그래도 커리어가 쌓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답변했다. 같은 질문을 나보다 조금 먼저 입사한 사람에게도 한 것 같은데. 그 사람은 나와는 반대로 답변을 했나 보다. ( 참고사항으로 이 사람은 본인이 개발할 역량이 안되다보니, 개발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운영 업무만 하고 있다.  물론, 본인의 의지에 의해서. ) 아마도, 운영업무만 하고 있다 보니 커리어가 쌓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튼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답변에 이어서 사수가 나에게 추가적으로 질문을 했는지, 그게 아니라면 내가 스스로 답변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전자인 것 같은데, "저는 백엔드 개발자가 되고 싶은데요." 라고 답변했던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윈도우 서비스 프로그램도 미들웨어 성격으로서 상위 시스템과 하위 시스템 간에 연동 혹은 Interface 하는 과정에서 JSON 메시지로 통신을 하는 Console 프로그램이다. 즉, UI가 없다는 말이다. 그냥 비즈니스 로직만 딱 있는. 나에게는 최적의 트레이닝 혹은 교육용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수는 나에게 수준에 맞게 업무를 던져주고 트레이닝 시켜주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나의 수준에 딱 맞는 업무였던 것 같기는 하다.

나는 사수에게 여러모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업력이 4 - 5년 가량 되는 스타트업이기는 하나, 코드 리뷰 혹은 업무 관련 교육이랍시고 심하게 질책하거나 다그치는 사람도 몇 명 보인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사수가 그런 타입은 아니었다. 회사 본사에 나와 같은 시기에 입사한 동기인데, 분명히 코딩 능력을 꽤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본사에 있는 윗사람에게 혼쭐이 나고 있으니 내 기분이 착잡했다. 마치,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하는. 그 광경을 보고서는, '나는 참 복이 많은 녀석이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을 느꼈다. 사수에게 고마운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단지 이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파견 근무지에서는 Paper work 작업 및 주간보고 등과 같은 각종 미팅 업무가 많다. 이러한 것들을 본인이 모두 도맡아서 했고, 업무 관련 스킬을 키워주려고 나의 수준에 맞게 업무를 던져주려고 해 준 것 같아서 여러모로 감사함을 느낀다.

아무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는 있지만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건 엄연히 별개다. 최소한의 감사한 마음 마저도 가지지 않는다면 배은망덕한 사람이니깐.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지 않은가.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