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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영화 ] [ 사진 한 컷 ] 아라한 장풍 대작전 中

 

필자가 이 영화를 언제 처음으로 보았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시간이 아주 오래전이라는 것 정도만 기억하고 있다. 

대략 중학생이었거나 고등학생이었거나 대학생 초쯤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너무 대략적이라서 대략 난감인가.

 이 영화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있길래 최근에 다시 한번 감상하게 되었다. 감독은 류승완 감독이다. 그리고 악당으로는 정두홍 무술감독이 나온다. 류승완이 감독이거나 극 중 배우 역할을 할 때, 정두홍 무술감독도 자주 출연하는 것 같다. 우연의 일치일까.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보던 중에 이 장면이 강하게 눈길을 끌었다. 아주 짧은 순간만 비춰지고 지나간 장면인 것 같은데 무언가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뒤로 가기를 한 후, 일시 정지를 누르고 다시 한번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런데 나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래 역시. 맞았어. 성남시 신흥동.

참고로 필자는 지방 출신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당시에는 어리기도 했거니와 이 장면이 별다른 감흥이나 느낌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스쳐가는 장면에 불과했으리라. 그런데 현재는 지방에서 올라와 경기도 성남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보니 이 장면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네온사인 불빛의 수많은 간판들 속에서 '성남 신흥 헬스 권투 체육관'이 확 눈에 띄었다. 게다가 린나이 보일러 간판까지. 린나이 간판은 같은 위치인지 확신하지는 못하겠으나 지금 현재도 존재한다.

필자는 이전에 모란에서 살다가 현재는 단대오거리에 살고 있는데, 이 장면은 그 중간에 있는 신흥동에서 촬영된 장면이다. 과거에는 콘티넨탈 나이트클럽이었던가 보다. 지금은 없어진 건물이라서 직접 본 적은 없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저 위치가 현재는 신흥동 롯데백화점 위치인가 보다. 그랬구나.

보통의 경우 영화를 보다가 낯익은 장소가 나타나면 반갑기 마련이다. 그런데 옛 영화를 다시 보다가 지금은 없어진 건물이나 특정 장소를 발견하는 기쁨도 있구나. 잘 몰랐다면 스쳐서 지나갔겠지만 알고 보니 더욱 반갑고 재미있는 것 같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류승완 감독을 포함한 한국의 영화 감독들이 이러한 거리의 풍경들을 영화 장면 곳곳에 많이 담아주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은 워낙에 다이내믹하게 그리고 급속도로 변화하는 사회이다 보니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거리의 풍경이 바뀌니깐 말이다. 거리의 풍경이 바뀌면,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원래의 풍경을 서서히 잊어버리게 된다. 슬프지만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간의 기억력도 영원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서도 영화속에 박제된 과거의 풍경, 그리고 과거의 시간을 느낄 수 있다면 추억이 떠올라서 더욱 좋을 것 같다.

오늘의 사진 한 컷.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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