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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 강연 후기 ] [ 성남시청 ] 거리의 철학자 강신주 박사님 강연에 참석하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2018년 11월 15일에 성남시청에서 있었던 철학자 강신주 박사님의 강연을 듣고 온 후기를 포스팅하려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10일이나 지나서야 포스팅을 하게 되었군요. 저는 게으름으로 가득찬 베짱이인가 봅니다. 

강연을 하는 주(Week)에 성남시청에서 강신주 박사님이 강연을 한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하루 전날 성남시청 트위터(Twitter)를 통해서가 아니었나 기억합니다. 성남시청에서는 성남행복 아카데미라는 테마로 한번씩 명사 초청 강연을 합니다. 이 날, 강연 제목도 '우리가 찾는 진정한 행복이란?' 입니다. 언제쯤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이라는 단어가 마구 남발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강연이 그저 그런 행복해지기 위한 처세술을 알려주는 강연이었다면, 아마도 저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강신주 박사님의 강연이어서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참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녁 7시 30분 부터 강연이 시작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는 10분 가량 늦게 입장 했습니다. 그런데 저 큰 강당이 가득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입장해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니, 연령층 스펙트럼은 아주 다양해서 강신주 박사님의 인기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10대 혹은 20대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층까지 다양했습니다. 

 강신주 박사님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거리의 철학자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 강단에서 교수라는 직책을 가지고 등따시고 안락한 보금자리에서 철학과 인문학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힘겨워하고 고통에 신음하는 그래서 어디로 가야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해 허우적대고 있는 대중들을 직접 만나는 거리의 철학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장형 스타일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요? 이런 분이 얼마나 될까 저는 심히 궁금합니다.

 처음 이 분을 접하거나 알게 된 것이 책이었는지 팟캐스트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이 분의 책도 모두는 아니지만 일부 여러권 읽어보았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상처받지 않을 권리" 라는 책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제가 자본주의(Capitalism) 세상에 살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고,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고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영화 매트릭스(Matrix)에 비유하자면, 빨간 알약을 먹고 꿈에서 깨어나 진짜 세계를 직시하게 된 네오(Neo)가 된 기분이랄까요? 혹시나 안 읽어보신 분이 계시다면 한번 읽어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강연 요약

 강연 내용의 핵심 키워드로 저는 '쌀 한 가마니' 가 기억납니다. 아마도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내려고 비유했던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굶주린자에게 밥 한공기면 포만감과 행복감을 느끼기에 충분한데 그 이상을 억지로 먹이려고 하면 불행해진다.' 즉,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베푸는 선의가 지나치면 오히려 역효과를 발휘한다. 이런 요지였던 것 같습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애정이랍시고 하는 필요 이상의 강요나 간섭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상담을 위한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기억나는 장면 1

 강신주 박사님의 영향을 받아서 금융권의 지점장(?)에 있다가 과감히 퇴사를 하여 백수가 되었다고 하신 분이 계셔서 좌중이 웃음바다가 되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금융권 지점장으로 있다가 퇴사를 했는데 마음이 편치가 않아서 다시 취업을 해야하는지 고민이라고 표현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웃음 포인트로 부인의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서 그렇게 본인 흉을 봐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나는 군요. ㅋㅋㅋㅋㅋ.


기억나는 장면 2 

 시한부 인생을 살고 계신 여성분이 계셨는데, 본인이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할 지 그리고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질문했던 것도 어렴풋이 기억나네요. 이 때는 강연장의 분위기가 차분히 가라앉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억나는 장면 3

 나이가 60대 혹은 70대 가량 되시는 분이 나이 차이가 20~30살 차이가 나는 여성을 자빠뜨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질문을 하여, 강연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이에 대한 박사님의 대답은 내가 그녀를 자빠뜨리려 하지 말고, 내가 뒤로 자빠져야지만 그 사람의 본심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기억이 납니다.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자빠지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서 막게 마련인데, 손을 뻗거나 몸을 날려서 자빠지지 않게 막으려 하지 않는다면 조금도 관심이 없다는 뜻이니 단념하라고 대답한 것이 기억나네요.


기억나는 장면 4

강연장 가장 앞줄에 앉아 있었던 커플도 기억이 나는군요. 나이가 20살 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날이 수능일이었는데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서, 강연에 참석했다고 말했습니다. 반수를 했고, 학과는 철학과를 지망했다고 하더군요. 질문이나 본인의 생각을 표현할 때 관찰한 바로는, 나이가 어린것 치고 꽤 영민하고 총명해 보였습니다. 제가 저 나이때에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은데 말이죠.


## 아래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강연이 끝나고 싸인회가 이어졌습니다. 끝나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더군요. 저는 싸인받기는 과감히 생략했습니다. 어떤 분은 급하게 부랴부랴 강신주 박사님 강연 홍보 포스터를 들고와서 싸인을 받더군요. 센스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마도 시청에서 홍보하려 만든 포스터였을 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그냥 버리는 것보다는 낫겟죠?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저도 싸인을 받고 싶군요.


저는 가끔씩 벙커1(Bunker1)에서 녹음했었던 강신주 박사님의 인문학 혹은 철학 강의들을 다시 듣고는 합니다. 그러면 죽비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 맞은 것처럼 제정신으로 돌아오고는 하죠.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망각의 동물이다보니... 사람에게는 한번씩 Remind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유튜브(Youtube)에 업로드되어 있는 인터뷰들이나 강연내용도 한번씩 되돌려보고는 합니다.

이 날의 강연이 제가 들었던 팟캐스트 만큼 거침없고 신랄한 강연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 녹음이나 녹화된 것이 아닌 라이브로 생생하게 강신주 박사님의 강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또 한번 성남시청에서나 혹은 다른 장소에서라도 이 분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 이 강연을 들으셨던 분이 계실까요? 댓글 남겨주시는 것도 반갑고 좋을 것 같네요. 그때의 희열이나 감상이 궁금하기도 하고, 저와 같은 장소에서 호흡하고 있었다는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서요.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